'공공의대 만능론'의 함정: 지역·필수 의료 외면한 정치 수단인가? 전문가 발제를 통해 본 공공의대 추진 전략의 명과 암
"수술해야 할 진짜 문제는 공공의대가 아닐 수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공공의대 설립 논쟁, 과연 지역 의료 불균형과 필수의료 인력난 해소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의료계의 우려를 바탕으로 공공의대 설립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 모색에 나섰다. 순천향대학교 이은혜 교수, 의료정책연구원 김계현 연구위원, 강주현 연구원이 각각의 발제를 통해 공공의대 설립의 문제점과 대안, 해외 사례를 심층 분석하며 단편적인 학교 설립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의료 시스템의 복잡한 문제들을 짚었다. 해외 사례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지금 우리가 공공의대 설립에만 매몰될 때인가, 아니면 더 깊은 곳을 들여다봐야 할 때인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원장 안덕선)은 지난 5월 19일 오후 2시, '공공의대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을 주제로 제43-4차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포럼은 공공의대 설립 논의의 실효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국내외 사례 비교를 통해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마련됐다.
안덕선 원장은 포럼 좌장을 맡아 공공의대 설립이 국민 건강과 의료 체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그동안 공공의대 설립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단기간 내 지역 의료 불균형과 필수의료 인력난 해결이 어렵고, 인프라 확충과 인력 유인책 없는 학교 설립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공공의대 설립, 왜 의료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나?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이은혜 교수는 '공공의대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발제하며 의료계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여러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혜 교수는 공공의대 설립이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 이상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의료 수가 체계 왜곡으로 인한 필수의료 기피 현상, 지역 병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보상 부재, 공공의대 졸업생들의 교육 문제, 그리고 의무 복무 이후 대도시로 이탈할 가능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의대 설립이 '공공의료 강화'라는 명분하에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접근 없이 정치적 수단으로만 활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은혜 교수는 공공의대 졸업생이 지역 의료 인프라로 자리 잡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공공의대가 '만능 해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필수의료나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수가 조정이나 특정 과 집중 지원 등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외 사례에서 배우는 교훈: 대만과 일본의 경험
이번 포럼에서는 김계현 의료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강주현 의료정책연구원 연구원이 각각 대만과 일본의 공공의료 교육 및 지역 의사 확보 정책 사례를 소개하며 시사점을 도출했다.
김계현 연구위원은 '공공의대 외국의 경험 - 대만 사례'를 소개하며 대만의 경우 1969년부터 공적 자금 지원 의학 교육 프로그램(PFMP)을 운영해왔으며, 특히 국립양명의과대학이 1975년 설립 당시부터 공비 의학생을 선발하여 지역 의료 문제 해결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모든 정원을 공비 의학생으로 선발하고 지역 의사 양성을 위한 교육에 주력했으나, 2009년에는 공비 의학생 모집을 중단하고 자비 부담 학생 교육 프로그램만 운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2018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PFMP 의사의 84%가 의무 복무 후 도시 지역으로 이주하고 16%만이 의료 취약지에 남는 등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음을 언급했다. 대만 사례는 단순히 의무 복무 조항만으로는 지역 의료 인력 확보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며, 의무 복무 관련 위헌 소송 등 부작용도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강주현 연구원은 '공공의대 외국의 경험 - 일본 사례'를 소개하며 일본의 경우 2006년부터 '신 의사 확보 종합 대책'에 따라 지역 정원제를 도입하여 의사 부족 지역의 의대 정원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은 의대 졸업 후 도서·산간 지역 등에서 9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하고, 의무 근무 기간 만료 시 장학금을 전액 상환 면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기준 일본 내 71개 대학이 지역 정원제를 도입했으나, 의무 복무 종료 후 대도시로 복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강주현 연구원은 높은 수입을 찾아 대도시로 이동하거나, 지역 근무 시 전문의 취득 기회가 제한되는 점,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고 언급했다. 일본 사례는 재정적 인센티브보다 근무 환경 개선이 의료 인력 유인에 더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제공하며, 강제적인 인력 배치보다는 자발적인 지역 정착을 위한 유인책 모색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공공의대 설립 법안의 주요 내용과 쟁점은?
이은혜 교수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공의대 설립 법안의 주요 내용을 검토하며 쟁점을 제시했다. 박희승 의원안을 중심으로 국가와 지자체가 공공보건의료대학을 설립·운영하여 공공 의사를 직접 양성하고, 지역 및 필수 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지역별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감염병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에게는 입학금, 수업료, 교재비, 기숙사비 등 학업에 필요한 경비 일체를 지원하고, 졸업 후 의사 면허 취득 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기관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무 복무 불이행 시에는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도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고 지적했다. 국가와 지자체가 설립·운영 주체가 되는 것이 지자체장 선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 의료 취약지의 시도별 분포 및 필요 인력 수 등을 고려하여 일정 비율을 선발하는 기준이 부재하다는 점, 「고등교육법」에 따른 교육·실습기관을 갖추어야 하지만 지역 공공 의료 기관의 경우 양질의 임상 실습이 어렵고 부속 병원 설립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점, 그리고 국·공유 재산 무상 양여 등 지원을 통해 기존 의대, 특히 사립 의대에 대한 차별 대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무 복무 기간 중 의사 면허 취소 후 미복무 잔여 기간이 지나면 면허 재교부가 가능하다는 내용 은 의무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공공의대, 과연 '만능 해법'이 될 수 있을까?
포럼에 참여한 패널들은 공공의대 설립을 둘러싼 논쟁이 단순히 의사 수 증원을 넘어 의료 시스템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은혜 교수는 공공의대가 명분도 실익도 없으며, 공공의료는 건강보험 의료이자 필수의료이고, 기존 의대가 기능적으로 이미 공공의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기존 의대에 대한 지원과 공정한 보상 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역 의사제 또는 지역 인재 전형 역시 기존 의대 출신에 대한 차별 대우를 야기하고 지역 의료를 더욱 소멸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대만과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의무 복무만으로는 지역 의료 인력의 이탈을 막기 어렵고, 근무 환경 개선, 경력 개발 지원 등 실질적인 유인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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