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과밀 해법은 ‘지역 맞춤형 전략’뿐… 지금 당장 우리 동네 응급실은 어떤가요?

응급실 과밀 해법은 ‘지역 맞춤형 전략’뿐… 지금 당장 우리 동네 응급실은 어떤가요?

대한민국 응급의료 시스템이 심각한 과밀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상급 응급의료기관에 중증 환자는 물론 경증 환자까지 뒤섞여 몰리면서 정작 골든타임을 다투는 중증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근 발표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보고서는 이러한 '전국 일률 처방'의 한계를 지적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지역 맞춤형 해법'만이 응급실 과밀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도 경증 환자의 상급 응급실 쏠림 현상이 뚜렷했던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응급실 과밀은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대한응급의학의사회(KEMA)가 수행한 ‘응급의료기관 방문 환자의 중증도에 따른 응급실 과밀현상 해결을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를 발간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1천만 건 육박… 심각성 더해지는 응급실 과밀 현상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대한응급의학의사회(KEMA)와 함께 수행한 「응급의료기관 방문 환자의 중증도에 따른 응급실 과밀현상 해결을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2021년과 2022년 2년간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을 방문한 총 987만 3,864명의 방대한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응급실 과밀 현상의 실태를 파악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이 남아있던 시기의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경증 환자의 상급 응급실 쏠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감염병 유행이 끝난 현재 응급실 과밀 문제가 데이터에 나타난 것보다 훨씬 더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성별에 따른 응급실 방문 사유 및 중증도 분석 결과, 여성은 질병으로 인한 방문이, 남성은 손상, 중독 등 질병 외 사유로 인한 방문이 더 많았다. 또한 질병으로 내원한 환자군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중증 환자 비율이 소폭 높았으며, 질병 외 사유로 내원한 환자군은 남녀 모두에서 경증 환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상급 응급실의 민낯: 중증·경증 환자 뒤섞이는 전국적 쏠림

보고서는 응급실 과밀의 핵심 문제로 '중증 환자가 많이 찾는 상급 응급의료기관에 경증 환자도 함께 몰리는 현상'을 지목했다. 이는 환자들이 증상의 경중과 무관하게 규모가 큰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과, 야간·휴일에 문을 연 다른 의료기관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한정된 중증 응급의료 자원이 불필요하게 분산되면서 정작 위급한 환자들에게 제때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심지어 같은 지역 내 동일 등급의 응급의료기관 사이에서도 특정 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 정부가 과밀 대책을 수립할 때 반드시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해야 할 지점으로 지적됐다.

야간 시간대 경증 환자 급증, 믿을 만한 대체 의료기관이 해법

연구 결과는 특히 외래 진료가 종료되는 저녁 6시 이후 야간 시간대에 경증 환자의 응급실 방문이 급증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2년간 전체 경증 환자의 59.3%가 야간에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했으며, 이들의 주된 내원 증상은 복통, 발열, 두통, 등통증, 기력저하, 발목·손가락 통증 등이었다.

이러한 증상들은 환자에게는 고통스럽지만, 대부분 1차 의료기관이나 그에 준하는 시설에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결국 신뢰할 수 있는 대체 의료기관의 부재가 환자들을 응급실로 내몰고 과밀을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라고 강력하게 강조했다.

의료정책연구원

응급실 과밀 해결, ‘지역 맞춤형 차등 전략’이 시급하다

연구진은 응급실 과밀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지역 맞춤형 차등 전략'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첫째, 신뢰할 수 있는 대체 의료기관 운영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외래 진료가 종료된 야간·휴일 시간대에 경증 환자들이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는 '지역사회 야간·휴일 응급 케어 클리닉'을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 수가 보상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이 낮으므로, 정부가 운영비·인건비 직접 지원 등 안정적인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파격적인 지원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올바른 의료 이용을 위한 대국민 홍보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중증 환자와 경증 환자가 모두 상급 응급실로 몰리는 현실과, 그로 인해 중증 환자의 골든타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경증 질환은 야간·휴일 클리닉이나 지역응급기관으로, 심근경색·뇌졸중 등 중증 응급질환은 지체 없이 119 구급차를 통해 상급 응급실로 가도록 유도하는 체계적인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셋째, 지역 내 의료자원의 효율적 분배와 연계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특정 기관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119 구급대의 병원 전 단계 환자 분류 및 이송 시스템을 지역 의료기관의 실시간 역량과 연동하여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환자를 무조건 가깝거나 유명한 병원이 아닌, 해당 시점에 가장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119 구급대의 병원 전 단계 환자 분류 및 이송 시스템을 지역 의료기관의 실시간 역량과 연동하여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응급실 과밀, 정부와 국민 모두의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연구 책임자인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최일국 기획이사는 "응급실 과밀은 단순히 이용자들의 개인적 선택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쉽게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의료 인프라를 제공하고 이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연구가 각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정교한 정책을 수립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되어, 모든 응급실이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고 국민의 생명을 더욱 굳건히 지켜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응급실 과밀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회적 과제다. 정부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국민 또한 올바른 응급의료 이용 문화를 조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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