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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담화

꽃을 좋아한 당신.. 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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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좋아한 당신.. 내 아빠..

 

아버지. 아니 아빠.

어렸을 땐 줄곧 아빠라고 불렀는데, 저도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이젠 아빠라 부르기 어색한 나이가 되어, 언제부턴가 아버지라고 불렀던 내 아빠.

호칭이 변했으면 세월도 흐른 것인데, 저는 저의 세월만 흐른 줄 알았지 아빠의 세월이 흐른 줄 몰랐네요.

저의 세월이 흐른 만큼 아빠의 세월도 흘러가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한다는 것은 어렴풋이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그건 그냥 남일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네요.

그런데 그러한 현실이 곧 내 앞에 닥친다는 것이 저는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사람의 인생은 패임이 중요하다고 하셨던 아빠. 그렇기에 당신의 젊은 인생은 힘이 들었지만 자식들 잘되는 모습을 본 당신은 그래도 잘된 인생이라고 말씀하셨던 아빠.

그런 아빠가 얼마전 말기암 판정을 받으시고 호스피스병동에 누워서 세상이 끝나기를 기다리시는 모습에 저는 지금도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아빠 옆에 붙어서 손도 잡고 눈을 마주치고 싶지만, 아빠의 뒤를 이어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버린 지금.. 그럴 수도 없는 제 처지에, 돈을 벌러 직장에 나와 컴퓨터 자판이나 두드리고 있는 제 처지가 너무 한탄스럽고, 아빠에게 송구스럽고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눈을 좋아하셨던 아빠! 꽃을 좋아하셨던 아빠! 바둑을 좋아하셨던 아빠!

그런 당신 눈앞에는 눈이 아닌, 꽃이 아닌, 바둑판이 아닌 새하얀 병원의 페인트 천장만이 있네요.

 

사랑하지만 남자라서 사랑한다 말도 표현 못했고, 존경하지만 남자라서 존경한다 표현 못했던 지난 날이 이처럼 한스러울까요?

사랑하는 내 아빠, 존경하는 내 아빠.

항상 말씀드렸던 오래 오래 사세요라는 말이 거짓말이고 사치가 되어 버린 당신에게, 이젠 제발 편안하게 돌아가세요라고 빌 수밖에 없는 아빠에게 나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드려야 좋을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아빠, 아시지요?

당신의 자랑스런 막내 아들은 당신이 돌아가셨어도, 먼 하늘나라에게 지켜보실 때 더욱 자랑스러운 막내 아들이 되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할겁니다.

당신의 아들로서 세상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비록 세상에 그리 알려지지 않은 당신의 이름 석자지만,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존경했던 당신의 이름 석자에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빠, 제가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당신은 병상에 누워서 머지 않아 당신이 돌아갈날 만을 기다리시고 계시겠지요.

아들로서 당신이 돌아가기 전까지 의식 있는 상태로 제 얼굴 보시다가 가시길 당연히 빌지만, 한편으로는 의식이 없더라도 몰핀에 의존해서 당신이 편해지시기를 바라고 있는 제 이중적 태도가 너무 싫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돌아감을 알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이 무력감이 정말 몸서리쳐지도록 싫습니다.

아빠, 사랑하는 내 아빠, 이것만은 알아주세요. 제가 당신의 아들이었다는 것을 너무도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을… 제가 당신의 손과 얼굴을 어루만질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행복했다는 것을요.

 

아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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