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에서 발견된 무기비소, 섭취 안전성 논란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현미, 백미보다 발암물질 함량 높아

최근 현미가 백미보다 무기비소 함량이 높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현미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이 연구는 지난 2월 학술지 '위험 분석(Risk Analysis)'에 게재됐으며, 건강에 더 좋다고 여겨지던 현미가 오히려 건강에 해로운 물질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미밥

현미와 백미의 비소 함량 차이, 쌀겨가 핵심 원인

미시간 주립대 연구팀은 26개의 논문을 분석해 미국산 쌀에 대한 데이터를 추출한 결과, 현미의 무기비소 함량은 평균 0.138µg/kg으로 백미(0.093µg/kg)보다 48.4%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부 사례에서는 최소 함량의 백미와 최대 함량의 현미를 비교했을 때 그 차이가 최대 10배까지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현미에만 존재하는 쌀겨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현미의 겨층에서는 쌀알 내부보다 무기비소가 72~98% 더 많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미는 도정 과정을 거쳐 쌀겨가 제거되기 때문에 비교적 비소 농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쌀겨

영유아에게 특히 위험한 현미의 무기비소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무기비소는 체내 축적 시 암, 신경계 장애, 심혈관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진은 성인이 매일 쌀을 통해 섭취하는 비소 수치는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어린이들은 체중당 식품 섭취량이 성인보다 많아 비소 같은 독성 물질에 더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미를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생후 6~24개월 영유아의 비소 일일 섭취량은 0.295μg/k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안전 기준(0.21µg/kg)을 초과했다. 반면 같은 연령대의 백미 섭취 시 노출량은 0.140µg/kg으로 안전 기준 이내였다. 펠리시아 우 미시간 주립대 농업 및 자연자원대학 교수는 "흰쌀 대신 현미를 먹으면 평균적으로 비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수년간 매일 엄청난 양의 현미를 먹지 않는 한 장기적인 건강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산 현미는 안전하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 연구 결과가 미국산 쌀에 한정된 것이며, 국내산 현미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작물생명과학과 고희종 명예 교수는 "미국에는 과거 비소 함유 농약을 많이 사용해 토양에 무기비소가 다량 잔류해 있어 현재 다른 나라보다 특히 무기비소 함량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동남아, 우리나라 쌀은 모두 비소 함량이 낮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산 현미 섭취로 국민이 노출될 수 있는 무기비소 함량은 0.015㎍/㎏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국산 현미에서 발견된 수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쌀을 자급하고 있어 미국산 현미를 수입해 먹을 가능성도 매우 낮다. 식약처는 지난 2023년 선제적으로 현미 자체에 대해 무기비소 기준을 ㎏당 0.35㎎ 이하로 설정해, 가공식품을 포함한 모든 현미 제품이 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비소 함량 줄이는 조리법

걱정이 된다면 조리 방법을 통해 비소 함량을 줄일 수 있다. 고희종 명예 교수는 "비소는 수용성이라 많이 씻으면 줄어든다"며 쌀을 여러 번 헹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백미에 물을 부어 손으로 2~3번 휘저은 다음 4번 이상 헹구면 비소가 15% 줄어든다.

현미는 비소가 쌀겨에 함유돼 있어 추가적인 불리기 과정이 필요하다. 백미를 씻을 때와 같은 방법으로 여러 번 헹구고, 현미 양보다 6배 많은 물을 붓고 1시간 동안 불린 후, 불린 현미보다 1.5배 많은 물을 붓고 밥을 지으면 현미 영양소를 95% 이상 유지하면서 비소는 35% 줄일 수 있다.

또한 건강을 위해 간혹 톳과 모자반을 넣어 밥을 짓는 경우가 있는데, 이 식재료들은 무기비소 함량이 높으므로 물에 불려 끓는 물에 삶아서 사용하면 무기비소의 약 80%를 제거할 수 있다.

비소

현미의 영양학적 가치와 균형 잡힌 식단의 중요성

현미는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혈당 조절과 배변 활동 개선에 도움을 주는 등 영양학적 가치가 높다. 현미에 함유된 피트산은 항암 효과와 해독 작용이 있지만, 동시에 칼슘·철분·마그네슘 같은 미네랄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미네랄이 풍부한 반찬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칼슘이 부족하면 성장 지연이나 골다공증 위험이, 철분 결핍은 빈혈을, 마그네슘 부족은 근육 경련이나 고혈압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현미를 꾸준히 섭취하되, 체내 균형을 맞추기 위한 식단 설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연구진은 "현미의 영양학적 이점과 무기 비소 노출 위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특히 영유아용 식품에서 현미 사용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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