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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최후의 날, 베수비오 화산 폭발이 남긴 2천 년 전 로마의 숨겨진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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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최후의 날: 시간 멈춘 도시가 밝히는 고대 로마 문명의 비극

서기 79년 8월 24일,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 지역의 평화롭던 로마 휴양 도시 폼페이는 예측할 수 없는 비극을 맞았다. 수천 년간 잠들어 있던 베수비오 화산이 예고 없이 대규모 분출을 시작했고, 불과 몇 시간 만에 도시는 뜨거운 화산재와 돌멩이 속에 영원히 묻혔다.

이 충격적인 자연재해는 단순한 파괴로 끝나지 않았다. 찬란했던 로마 제국 시대의 한 단면을, 심지어 당시 일상생활과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까지 고스란히 보존한 ‘거대한 타임캡슐’이 됐다. 폼페이는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방식으로 과거를 봉인한 독특한 유산으로 남았다.

땅속에 감춰진 채 2천 년 가까이 잠들어 있던 폼페이는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그들의 비극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그리고 이 ‘시간이 멈춘 도시’는 우리에게 또 어떤 비밀을 말해주고 있을까?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

시간이 멈춘 도시의 비극적 운명

지질학적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번성했던 이 도시는 사실 기원후 62년에 발생했던 대지진으로 이미 큰 피해를 겪고 재건 중이었다. 이러한 배경은 당시 로마인들의 삶의 방식과 사회 계층, 문화적 풍습을 놀랍도록 생생하게 보여준다.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기 전 잦은 지진 등 여러 징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특히 62년 대지진 이후 복구가 한창이던 상황은 오히려 주민들이 지진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고 착각하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이는 인간이 자연의 거대한 힘을 얼마나 오판하고 안일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비극적인 교훈으로 남았다.

로마 문명의 일상을 엿보다

화산재 아래서 발굴된 유적들은 검투사들의 치열한 삶부터 서민들의 소박한 식사, 화려한 벽화에 담긴 신화와 사랑 이야기, 그리고 당시 유행하던 공중 목욕탕 문화와 테르모폴리움(패스트푸드점)의 흔적까지, 고대 로마인들의 일상이 얼마나 현대와 유사했는지 입증한다. 잘 정비된 도로, 상점, 극장, 원형경기장의 흔적들은 이곳이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활기찬 로마 사회의 축소판이었음을 증명한다. 특히 공중목욕탕 테르메는 단순한 위생 시설을 넘어 로마인들의 중요한 사교 및 휴식 공간이었고, 테르모폴리움에서는 당시 팔던 음식의 흔적과 벽화가 온전히 보존되어 로마 서민들의 식습관을 파악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됐다.

화산재가 봉인한 최후의 순간

베수비오 화산의 대규모 분출은 서기 79년 8월 24일 오후 1시경 시작돼 25일까지 이어졌다. 초기에는 화산재와 부석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며 도시를 뒤덮었고, 이후에는 치명적인 유독가스와 뜨거운 화산 쇄설류가 시속 수백 킬로미터의 속도로 도시를 덮치면서 수많은 시민들이 피할 겨를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화산 폭발을 목격하고 기록을 남긴 소(小) 플리니우스의 증언은 그날의 참혹함을 생생히 전한다. 유적지에서는 화산재에 묻혀 굳어버린 시신이 남긴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 만든 석고상들이 발견됐는데, 이는 죽음 직전의 고통과 절망,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보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

발굴이 드러낸 로마 사회의 명암

이 고대 도시의 발굴은 로마 사회의 다양한 단면을 드러냈다. 검투사들이 훈련하고 생활했던 병영의 흔적은 그들의 거친 삶과 엄격한 훈련 과정을 짐작하게 하며, 당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이면을 보여준다. 또한, 부유한 귀족들의 호화로운 저택(예: 파우누스의 집, 신비의 빌라)의 화려한 벽화와 넓은 정원, 그리고 대비되는 노예들의 비좁고 열악한 거처는 당시 엄격했던 사회 계층 구조와 극심한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23년 발굴된 ‘검투사들의 집’ 유적과 2024년 공개된 ‘테르모폴리움’ 복원 과정은 폼페이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고고학자들은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땅속에 묻힌 도시의 비밀을 계속해서 파헤치고 있다.

폼페이의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났지만, 그로부터 얻는 교훈은 현재진행형이다. 화산 폭발의 징후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당시 주민들의 상황은 오늘날 우리가 자연재해에 대해 얼마나 경각심을 가지고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지 일깨워준다. 기후변화와 예측 불가능한 재해 시대에 폼페이는 인류에게 중요한 경고음이 됐다. 현재 2025년 7월에도 폼페이 유적지에서는 새로운 벽화나 유물이 꾸준히 발견되고 있으며, 이는 이 도시가 아직도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아직 발굴되지 않은 광대한 지역이 남아있어, 미래의 발견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폼페이는 과거의 유물이 아닌, 미래 세대에게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나약함, 그리고 문명의 취약성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인류가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배우는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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